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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 가을을 노래하는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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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 가을을 노래하는 축제
  • 김영미 기자
  • 승인 2022.09.29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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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만큼 풍성한 경기도 가을 축제
▲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 가을을 노래하는 축제
기승을 부리던 늦더위가 멎었다.

비구름이 훑고 지나간 하늘은 청쾌해, 마스크를 벗고 쭉 들이마시는 가을바람이 달다.

나들이하기 참 좋은 계절, 가을이다.

스치듯 지나는 계절인지라 시간을 내어 누리지 않으면 금세 자취를 감추고 만다.

찰나의 가을을 즐기기 위해 축제의 현장으로 길을 나선다.

어딜 가든 자연의 색이 다채롭고 볼거리가 풍성하며 먹거리가 넉넉하니 걸음걸음이 가볍다.

9~10월은 경기도 곳곳이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다.

정조대왕의 숨결이 깃든 수원화성문화제, 만화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부천국제만화축제, 국화꽃 향기 그윽한 벽초지수목원의 국화축제 등 저마다의 이야기로 여행자를 부른다.

짧은 가을을 붙잡고 싶은 당신에게, 경기도의 가을 축제를 권한다.

국내 대표 도자 축제인 이천도자기축제가 3년 만에 돌아왔다.

올해로 36회째인 축제는 ‘도-자기야, 우리 3년 만인가? 일상을 예술하는 이천’을 슬로건으로 삼아 이천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알린다.

이천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에서 오는 10월 3일까지 주말과 공휴일에 한해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 가마터가 많은 이천은 예로부터 도자기 산지로 이름났다.

설봉산성 등지에서 삼국시대 기와와 토기 파편이 출토되는가 하면, 조선시대 중종 때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천도호부 특산품으로 도기와 백옥을 들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천은 2010년 공예와 민속예술 분야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번 축제는 200여 개 공방이 모여 있는 예스파크 내 5개 마을을 돌며 열리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축제 4주 차에는 사부작2마을, 5주 차에는 가마마을에서 주요 프로그램이 개최되는 식으로 최대한 많은 도예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오랜만의 축제인 만큼 프로그램 구성에도 힘썼다.

도자기 명인과 함께 발로 물레를 돌려보는 ‘물레물레 물레 체험’, 장작가마에 구운 따끈한 고구마를 맛보는 ‘항아리 노천가마와 고구마 장작구이’, 가을날 저녁 불멍을 할 수 있는 ‘불-멍, 장작가마 불지피기’, 흙 높이 쌓기 등 온 가족이 함께하기 좋은 ‘도자기게임’, 도자기 명인의 물레질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물레시연’ 등 이천도자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체험이 가득하다.

41개 도예 업체가 참여해 각양각색 도자기를 판매하는 도자마켓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예스파크 2Gate를 왕복하는 시내 노선, 신둔도예촌역을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있어 축제장 방문도 한결 편리하다.

조선 제22대 정조대왕의 원대한 정치적 포부가 담긴 산물이 수원화성이다.

화성 축성으로부터 220여 년이 흐른 지금, 수원이 다시 한번 떠들썩하다.

수원화성 축성을 기리기 위해 개최되는 문화관광축제, 수원화성문화제 때문이다.

10월 7일부터 9일까지 수원화성과 행궁광장에서 열리는 축제는 혜경궁 홍씨 진찬연, 무예 24기 공연, 정조 친림 과거시험 등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축제는 7일 저녁, ‘야조 : 정조, 새로운 세상을 열다’라는 이름의 야외 공연으로 막을 올린다.

정조의 화성 행차 시 거행된 대규모 군사훈련과 무예 24기를 주제로 하는 공연으로 드론 300여 대를 활용한 라이트쇼가 장관이다.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을 재현하는 ‘봉수당 진찬연 이야기’는 아들 정조의 효심을, 왕이 노년을 보내기 위해 지은 노래당에서의 감미로운 공연 ‘정조의 기억’은 인간 정조의 면모를 보여준다.

관객 참여 프로그램 ‘뭔가 좀 색다른 과거시험 보는 날’에서는 조선시대 유생이 되어 정조가 내리는 시제의 답안을 작성해보고 이야기콘서트 ‘정조실감’에서는 국악인 김덕수, 독일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등의 출연진이 정조 시대의 예인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문화제 기간 전후에도 축제는 계속된다.

4개의 축제를 연계한 ‘2022 힐링폴링 수원화성’이 그 주인공이다.

9월 23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축제는 수원화성문화제를 포함해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 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도 함께 한다.

수원화성을 오색찬란한 빛으로 물들이는 미디어아트쇼는 화홍문과 남수문, 수원천의 1.1km 구간에서 펼쳐진다.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서울 창덕궁에서 화성행궁을 지나 화성 융릉까지 약 59km 구간을 이틀간 행차하는 대규모 퍼레이드다.

정조, 장수, 군사 등으로 분장한 1,700여명이 1795년 왕이 수원화성에 행차했을 당시의 성대한 행렬을 재현한다.

똑똑, 30만 년 전 이 땅에 살았던 구석기인들이 시그널을 보낸다.

위치는? 연천 전곡리 유적. 소통 도구는? 구석기 시대 ‘필수템’, 주먹도끼다.

연천 전곡리 유적은 30만 년 전 한반도 최초의 인류가 살았던 곳으로 동아시아 최초로 양면이 가공된 주먹도끼가 발견됐다.

유적지 일대에서 10월 7일부터 10일까지 제29회 연천 구석기 축제가 열린다.

구석기 문화를 자연스레 배울 수 있도록 체험과 놀이가 주를 이루는 선사문화축제다.

풀 나팔 소리를 시작으로 원시인 의상을 입고 플래시몹 퍼포먼스 등에 참여하는 ‘전곡리안 시그널’이 축제의 막을 올린다.

‘먹는 게 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1m가 넘는 나무꼬치에 연천 돼지고기를 꽂아 참나무 숯불에 구워 먹는 ‘구석기 바비큐’, 구석기 스타일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전곡리안 순수자연밥상’ 등 음식 체험을 눈여겨보자.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싶다면 볏짚 뜀틀, 창 던지기 등으로 최고의 전곡리안을 가르는 ‘구석기 올림픽’과 연천 궁사에게 배우는 국궁 체험 ‘구석기 활쏘기’에 도전해도 좋겠다.

전곡리 유적 체험 숲에서 1박 2일 캠핑을 즐기는 ‘구석기캠프’, 잔디밭 위 그늘막에서 가을 햇살을 만끽하는 ‘구석기 피크닉’은 여유로운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딱이다.

전문 DJ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컬러풀뮤직 난장+불꽃놀이’는 축제 마지막 날 저녁을 역동적으로 장식한다.

연천 구석기 축제 첫날에 막을 올리는 축제가 하나 더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명소, 재인폭포의 주상절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미디어 파사드 전시, ‘오르:빛 38.07688 N 127.14318 E’이다.

평창올림픽 개회식의 총연출을 맡았던 양정웅 감독이 예술감독으로 참여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10월 7일부터 11월 6일까지 한 달간 재인폭포의 절경을 미디어 파사드와 음악으로 표현, 낮에는 미처 몰랐던 폭포의 밤을 엿볼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 단, 네이버예약을 통한 예약자에 한 해 고사양 헤드셋을 제공, 더욱 풍성한 음향을 선사한다.

챙겨보는 웹툰이 한두 개쯤 있다면 주목할 것. 만화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아시아 최고의 글로벌 만화축제,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시작된다.

지난 2년간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위주로 진행되었기에 3년 만의 대면 축제가 더욱 반갑다.

9월 3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의 주제는 ‘이:세계’. 현실과 다른 환상 속 세계, 디지털 속 세상 등 다양한 의미를 아우르는 말이다.

부천국제만화축제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외 관람객 180만명이 찾은 한국 대표 만화축제이자 7년 연속 경기도 대표 지역축제로 선정된 바 있다.

명성에 걸맞게 올해 역시 ‘2022 부천만화대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한 만화 전시, 작가와의 만남, 만화 굿즈를 판매하는 만화 마켓, OST 콘서트, 만화 컨퍼런스 등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 줄을 잇는다.

올해 부천만화대상 수상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 한국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한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 신인작품상을 받은 ‘위아더좀비’, 해외작품상을 수상한 ‘원자폭탄’ 등 탄탄한 세계관과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그 주인공이다.

전시실은 작품 배경을 실감 나게 연출하고 메이킹 필름 등 각종 자료를 전시해 관람객이 깊이 있게 작품을 감상하도록 이끈다.

수상작가인 구아진·이명재 작가와의 만남, 유명 웹툰 ‘여신강림’의 야옹이 작가의 강연도 눈길을 끈다.

이번 축제에 맞춰 제6회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도 열린다.

15개국 코스튬 플레이어가 참여해 축제 마지막 날인 3일 챔피언십 결승 대회를 치를 예정. ‘만화학과를 졸업했다만’, ‘도전 나도 계약 마스터’ 등 예비 만화산업 종사자를 위한 강의도 충실하다.

여기,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남사당패를 이끈 여성 꼭두쇠가 있다.

그의 이름은 바우덕이. 남사당패는 남성 예인들이 주축을 이루어 전국 장터나 마을을 떠돌며 공연을 하던 유랑 집단을 말한다.

이런 집단의 대장을 여성이 맡았으니, 바우덕이의 기예가 얼마나 뛰어났을지 짐작할 수 있다.

미모와 실력 모두 출중했던 바우덕이는 유독 소고와 선소리에 능했다고 한다.

바우덕이가 몸담은 안성 남사당패가 유명했던 이유에는 지리적 요인도 있다.

조선시대 때 안성은 충청·경상·전라의 삼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교통의 요지였다.

삼남의 온갖 물건이 모였으니 장의 규모도 컸다.

남사당의 공연 기획자인 곰뱅이쇠가 보기에 안성장은 놓칠 수 없는 공연장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성이 깃든 남사당놀이는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본 축제 역시 우리나라 고유문화인 남사당과 바우덕이의 예술정신을 계승하고자 2001년부터 개최됐다.

4년 만에 대면 축제로 돌아온 바우덕이 축제는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주 축제장인 안성맞춤랜드와 부 축제장인 안성천에서 열린다.

남사당 공연을 중심으로 국악 콘서트·창작 무용극·탈춤 등 신명 나는 공연을 선보이고 안성 옛 장터와 조선시대 주막거리를 재현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행사의 꽃은 단연 남사당 공연. 풍물놀이의 타악기 소리에 이내 발이 박자를 맞추고 팽팽한 외줄 위에서 펼쳐지는 곡예에 관객들 손에도 땀이 난다.

올해에는 친환경 축제를 지향해 저탄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점도 눈에 띈다.

자전거 동력을 이용해 기차놀이를 하는 등 탄소 절감을 위한 놀이 시설을 체험할 수 있다.

저녁 무렵에는 안성맞춤랜드 수변공원과 안성천 축제장에 일루미네이션을 점등해 가을밤이 오색 빛으로 물든다.

365일 꽃이 지지 않는 벽초지수목원에도 가을이 도착했다.

12만m² 규모의 수목원은 동양과 서양 정원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자생식물, 수생식물, 각종 교목과 관목 등 1,400여 점의 꽃이 계절에 따라 피고 진다.

드라마와 예능, CF 촬영장소로도 유명한데, 최근에는 BTS 멤버 정국이 수목원 내 ‘말리성의 가든’에서 뱀파이어 콘셉트의 화보를 촬영해 한 번 더 화제가 됐다.

수목원의 가을꽃 중 으뜸은 형형색색의 국화. 청명한 하늘 아래, 초지를 뒤덮은 아름드리 국화에 관람객들의 감탄이 터진다.

국화 색이 이렇게 다양했음을, 국화 향이 이토록 그윽했음을, 벽초지수목원이 알려준다.

올해의 가을꽃 국화축제는 9월 23일부터 11월 20일까지. 두 달에 달하는 넉넉한 기간이 장점이다.

수목원은 설렘의 공간, 신화의 공간, 모험의 공간 등 크게 여섯 개의 테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설렘의 공간에 자리한 여왕의 정원. 각종 국화 조형물 포토존을 두어 여기에서 사진을 찍고 가라며 자리를 마련해준다.

국화로 만든 ‘AUTUMN’ 포토존은 가을 나들이 인증 샷으로 제격이다.

플라워힐에는 수십 종의 국화를 전시한다.

마음에 드는 국화를 반려 식물로 데려가도 좋겠다.

수목원에는 국화 외에도 오색찬란한 가을꽃이 앞다투어 핀다.

구절초, 코스모스, 꽃무릇같이 제법 익숙한 꽃부터 땅귀개, 참싸리처럼 희귀한 자생 식물까지 색색의 꽃이 가을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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