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10-23 08:04 (금)
"35년 복무했으니" 옵티머스 뒷돈 간부 낳은 금감원 솜방망이 처벌
상태바
"35년 복무했으니" 옵티머스 뒷돈 간부 낳은 금감원 솜방망이 처벌
  • 뉴스1
  • 승인 2020.10.18 0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금융감독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윤모(61) 전 간부(부국장조사역·국장 대우)와 같은 '상습범'을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7년여 전 윤 전 부국장의 대출청탁 비위가 심각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가 35년간 복무했고 윤 전 부국장의 요구에 금융회사가 협조한 점도 있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의 경징계를 내렸다.

결국 윤 전 부국장은 이후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파견가 있으면서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부터 소개비 명목으로 2000만원을 수수(대여)한 의혹과 함께 대출 브로커로 활동하며 1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게 됐다.

윤 전 부국장은 2014년 지역농협 상임이사로부터 '금감원 부문검사 결과에 따른 징계수위를 낮춰달라'는 부탁을 받고 2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금감원의 애매한 징계기준이 '솜방망이 처벌'과 '제식구 감싸기'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윤 전 부국장은 지난 2013년 5월 대출청탁 및 수혜 등의 사유로 감봉 3개월의 경징계를 받고 광주지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과다채무, 저신용 상태이면서 지난 2012년 1월과 3월 금감원 직원이라는 지위 등을 이용해 한 캐피탈사에서 예외승인을 통해 각각 7000만원과 1억3000만원의 대출을 최저금리(고정 7.99%)로 받았고, 같은 해 7월에는 한 지역은행에서도 4000만원의 대출을 우대금리(6.02%)로 받았다. 금감원 직원으로서 청렴의무, 이권개입 금지 의무, 통상적인 조건을 벗어난 금전대차 금지의무, 법규준수·품위유지 의무 등을 어긴 것이다. 윤 전 부국장은 이와 관련한 내부 감찰조사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민권익위원회, 국가보훈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20.10.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금감원 인사윤리위원회 심의결과보고서를 보면 윤 전 부국장의 행위는 '비위의 정도가 심하거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위법·부당의 정도)이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위'(유형)로서 '면직~감봉'에 해당된다. 당시 금감원은 윤 전 부국장의 비위 정도가 심각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가 금감원에서 35년간 복무해 왔고 대출금리 우대가 지역은행의 협조에도 원인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면직~감봉' 중 가장 낮은 징계 수위인 감봉과 함께 광주지원장 보임 해제를 결정했다.

그러나 윤 전 부국장이 광주지역을 총괄하는 금감원 광주지원장의 지위를 이용해 대출청탁을 한 곳이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은행이었다는 점에서 지역은행이 윤 전 부국장의 요청에 협조를 안 하고 어떻게 배겼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복무 기간을 징계 수위 결정에 참고하는 것도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문제 삼기 전에 금감원 자체 내부통제 규정과 현황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권은희 의원은 "윤 전 부국장이 광주지원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하고, 적극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등 감찰조사를 거부·방해·기피까지했으나 감봉의 조치를 취한 것은 금감원의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권 의원은 "금감원의 징계기준이 '비위정도가 심하고' 또는 '비위정도가 약하고' 등의 애매한 조항으로 돼 있어, 주관적인 판단이 가능하게 되는 구조"라면서 "이는 곧 제식구 감싸기의 수단으로 사용돼 윤 전 부국장의 경우처럼 상습범의 양상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제공)© 뉴스1

 


금감원 '인사관리규정 및 징계양정기준'을 보면 비위의 유형을 한 축으로 하고, 여기에 비위정도와 과실 수준, 고의성 등을 종합해 징계수준을 결정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윤 전 부국장이 권한을 남용한 게 부적절하다고 보고 당시의 객관적인 상황과 구체적인 행위 유형 등을 종합적으로 봐서 결정된 조치"라며 "사회현상을 자연현상처럼 재단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권 의원은 "금감원 인사규정이 법령은 아니지만 인사와 징계에 관련된 자치규범으로서 그 원리는 기본적으로 형사법의 일반원칙인 명확성원칙에 근거해야 하며, 그 징계의 양형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일관되게 적용돼야 할 것"이라며 "애매모호한 징계규정을 명확하게 개선한다면 내부직원 솜방망이 처벌, 제식구 감싸기의 오명을 벗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전 부국장은 지난해 6월30일 금융교육지원단 소속 부국장조사역으로 퇴직하면서 퇴직금을 100% 받아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윤 전 부국장에 대한 형사처벌 결과는 올해 초에 나왔다. 윤 전 부국장이 정년퇴직할 때는 유죄가 확정된 게 아니라 재판에 계류 중인 상황이었다. 퇴직금을 삭감할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